외통인생: 많은 이가 아쉬운 삶을 살아갑니다. 한을 품고 살아갑니다. 뉘라서 남의 삶을 저울 질 할 수 있겠습니까. 만, 이들에게도 거친 숨결이 감미로운 향기로, 눈가에 어린 물기가 세상을 굴절시켰던, 한 때가 있었을 것입니다. 삶의 진수인 고통이야말로 본연의 내 모습이니 참아 안고 살아갑니다.
할머니의 새끼 빨랫줄 잡고 할머니 변소 가네요. 땅을 비집고 올라온 느릅나무 뿌리처럼 돌아간 왼쪽 발목 왼쪽 손목은 자꾸만 못 간다, 못 간다, 하는데도 할머니 손에 빨래집게 하나, 둘, 셋, 넷…… 계속해서 밀려가고 영차영차 할머니 변소에 막 당도했네요. 때려치운 공장의 기계 돌아가는 소리처럼 매미들이 지겹게 우네요. 말벌 한 마리 슬레이트 변소 지붕 끝을 툭 툭 건드리고 있네요. 이놈아, 변소간 천장에 매달아 놓은 줄 또 라이터로 지졌냐! 할머니 변소 문을 활짝 열어놓고 앉아 씨부랄 새끼, 한 말씀 하시네 /신기섭